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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Moby-Dick)에 대해알아보자

뤼케 2023. 12. 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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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대표작이자 미국, 그리고 서구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고전 소설이다.[] 현재까지도 위대한 개츠비와 더불어 미국 문학의 대명사로 불리는 해양 소설로, 국내에는 백경[]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모비딕 배경과 특징

19세기 미국의 포경 업계는 큰 번영을 구가했다. 포경선 수는 전 유럽의 포경선을 다 합친 수의 세 배나 많았다. 당시 미국의 고래잡이들을 오랫동안 괴롭히던 거대하고 흉포한 고래 ‘모카 딕(Mocha Dick)’에 대한 이야기가 1849년 《니커보커 매거진》에 실렸는데, 이보다 앞선 1820년에 일등항해사 출신의 오웬 체이스는 <포경선 에섹스 호의 놀랍고도 비참한 침몰기>를 펴내면서 ‘모비 딕’이란 흉포한 고래가 서경 119도의 적도 바로 남쪽에서 에섹스 호를 침몰시켰다고 쓰기도 했다. 허먼 멜빌은 ‘애커시넷’호를 타고 고래잡이를 나갈 때 이 책을 읽었고 나중에 모비 딕을 쓰기 전 오웬 체이스의 아들과 만나서 정보를 얻기도 했다. 모비 딕의 모티브는 바로 이 <포경선 에섹스 호의 놀랍고도 비참한 침몰기>였다. 1820년 11월 20일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포경선 에식스호(Essex)가 거대한 숫컷 알비노 향유고래에게 공격당해 침몰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사나운 고래로부터 탈출한 21명의 선원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식량부족으로 살아남기 위해 죽은 동료선원들의 인육을 먹는등 비극적인 스토리에서 멜빌은 영감을 얻고 한때 고래잡이 선원이었던 작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창작된 소설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흰머리 향유고래 이름, 모비 딕(Moby Dick)은 `거대한' 이란 모비(Moby, 대물)와 남자의 성기를 일컫는 딕(dick)의 합성어인데, 실제 에식스호를 사납게 공격한 늙은 수컷 알비노 이빨고래에서 유래한 것이다. 향유고래 특유의 권투장갑모양 머리로 두 차례 박치기하여 선체에 구멍을 내면서 238톤의 에식스호를 단 10분만에 침몰시켰다. 19세기 당시, 칠레 남부 모카섬에서 주로 출현하며 포경선을 공격하여 떠들썩 했던 늙고 거대한 모카딕이란 흰색 알비노 향유고래가 실제 있었다. 일반 고래는 포경선만 보면 피하거나 물 속으로 도망가기 바쁜데 거대한 모카딕은 오히려 맹렬히 달려들어 이마로 박치기를 하고 큰 꼬리지느러미(Tail Flukes)를 내리치면서 매우 난폭하게 고래잡이배와 선원들을 공격하였다. 1838년, 이 고래가 잡혔을 때 몸에 19개의 작살이 꽂혀 있었고 엄청난 양의 고래기름과 용연향이 있었다고 한다. 향유고래는 수컷이 암컷보다 매우 크게 성장하는데 20세기 초까지 이런 늙은 향유고래들에 의해 포경선 공격은 대양 곳곳에서 발생하였다. 모비 딕은 바로 길이 26m, 몸무게가 80톤이 넘는 늙은 수컷 알비노 향유고래와 페루의 사납기로 유명한 모카딕(Mocha Dick)이란 거대한 흰 고래를 보고 작가가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이빨고래의 이름이다.

모비 딕은 서구권에서 작가의 영혼과 철학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평가받는데 이 작품을 쓴 당시 허먼 멜빌의 나이는 고작 31살에 불과했다. 작품은 거대한 흰 향유고래 모비 딕과 에이허브 선장의 싸움을 그리고 있으며, 작가가 원양포경선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선상과 선상에서의 생활에 대한 묘사가 매우 자세하다. 이 작품은 큰 마음을 먹고 읽어가야 할 만큼 두툼한 분량을 자랑한다.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문체도 매우 장대하여 읽기 피곤하며, 중간에 갑자기 극본으로 문체가 바뀌거나 뜬금없이 고래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나오는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이 뒤섞여있어서 읽기가 까다롭다. 다행히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처럼 극도로 난해한 문체는 아니다. 근성으로 읽어낼 수 있다. 한 장은 이야기 진행, 한 장은 철학적 질문이나 고래에 대한 묘사/정보가 번갈아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 모비 딕은 거대한 흰 고래를 죽이려는 집념에 사로잡혀 바다를 헤매는 에이해브의 추적에 얽힌 이야기지만 본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고래학’이다. 고래의 생태와 활동, 포경 기술과 포획한 고래의 처리 및 가공에 대한 설명은 너무도 상세하여 마치 교과서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이유로 지난 세기 초까지 이 소설은 도서관의 문학 서가보다 오히려 수산업 서가에 꽂혀 있곤 했다. 멜빌은 타이피를 쓸 때도 남태평양에 관한 모든 문헌을 샅샅이 뒤진 끝에야 작품을 완성하였고, 특히 이 모비 딕을 쓸 때는 그 과학적 정확성에 완벽을 기하고자 했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은 대자연에 대한 겸허함은 물론 모든 생명체에 대해 자성조차 없었던 기독교 문명의 오류와 자만, 그리고 인간의 타락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 첫마디에 `나를 이스마엘이라고 부르라'는 말은 곧 작가가 주류인 기독교 사회에서 벗어난 중간자로서,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의 기독문명과 식민지 야만인들의 종교와 우상숭배 등 기타 문명조차 모두 객관적 시각으로 동등하게 본다는 암시이고 선언이기도 하다. 선장 아합과 이스마엘이란 주인공과 퀴퀘그란 세 번째 주요인물을 통해 문명과 야만의 차이는 무엇이고 믿음의 본질은 어디에 근거하는가 묻기도 한다. 나레이터 이스마엘은 고래(바다)의 분노와 인간 사회의 욕망과 타락을 객관적 시각으로서, 그리고 신(神)과 인간에 대한 재성찰 및 선과 악에 대해 냉소적 입장을 표명한다. 모비 딕은 거대한 고래를 꿈꾸며 대양을 누비는 고래잡이 선원들의 이국적 생활과 선장 아합의 복수극 그리고 식인종 출신의 선원등 뱃사람들의 남다른 애환을 그려 재미와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해양탐험 소설이지만 단순히 낭만주의적 바다탐험과 거대한 향유고래 포경업에 관한 소설만은 아니다. 모비딕은 19세기 당시 세계 최대의 포경업으로 미동부지역을 휩쓸던 부와 사치, 그리고 물욕과 탐욕의 자본·물질주의와 노예·신분제도 및 신을 잃어버린 기독교 문명과 청교도 사회의 썩고 비린내나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24만 단어와 전체 135장으로 매우 긴 구성으로 된 미국 낭만주의와 상징주의 문학의 대표작인 모비딕은 장편소설로서 산문의 깊이와 아름다움,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며 비극적인 대서사시로 19세기를 대표하는 영문학계의 금자탑이다. 모비딕은 멜빌의 사상관과 예술성이 드러나는 대표작이며 오늘날에도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이면서 다양한 계층에서 꾸준히 읽히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양탐험소설이다. 어린 시절, 대부분 삭제본으로 아합선장의 복수극과 이에 맞서는 거대한 모비딕 그리고 포경업에 관해서만 낭만적 해양탐험소설로 처음 접하였겠지만, 성년이 되어 완역본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보면 매우 독특한 소설형식과 18,9세기 당시 사회상과 포경업의 배경은 물론, 근세 서양사와 기독교 문화 및 그리스도교 정신을 순례할 수 있는 대서사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모비딕에는 성경을 비롯하여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리어왕이 있고 존 밀턴의 실락원 그리고 미셸 드 몽테뉴, 찰스 다윈, 그리스 로마 신화 등 서구 문학 고전 160여 작품을 함께 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작가의 높은 철학적 사고와 문학, 신앙 및 자연관 그리고 고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인문·사회적 통찰의 휴머니즘을 함께 할 수 있는 걸작이다. 본격적인 줄거리가 전개되는 1장부터는 이야기 사이사이에 고래의 종류와 생태, 서식 환경, 해부학적·화석학적·생명생성학적 특징, 포경의 역사와 기술, 포경 방법과 장비 등등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세세하게 다루어진다. 놀랍도록 꼼꼼한 이 기록들은 멜빌이 도서관의 책들을 통해 얻어낸 것이며, 그는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자신의 이 소설을 “도서관을 누비고 대양을 편력한” 결과의 소산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책은 서사시의 유산에 진정으로 부응한 최초의 소설로 평가 받는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아이네이스, 신곡, 실낙원 등 멜빌은 이 모든 시들의 영향을 받아 동시에 소설로서 역사적인 장소와 시간의 복잡성을 그려내려고 시도했다. 모비 딕은 세속적 민주주의와의 종교의 화해, 노예제와 인종 차별에 관한 도덕적 문제, 급속하게 발전하는 경제에서의 임금 노동의 장소와 관련된 경제적 문제, 성 역할과 섹슈얼리티에 관한 형이상학적 문제들을 무려 19세기에 이 책으로 설명했다. 그는 사회 계층이 고정되어 있지 않았던 당시 미국에서 행동 규칙을 명확히 정립했다. 또한 자연과학이 인지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는 시대이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아마도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그들이 한때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 모든 문제들은 성경, 셰익스피어, 존 밀턴과 함께 계속해서 설득력 있는 대화를 동반한 모비 딕에서 설명했다. 또한 모비 딕은 한 시대의 문제들, 즉 미국인들에게 유산으로 남아 있는 문제들이 해결될 뿐만 아니라, 주장을 뒷받침하고 어떤 시대에서도 볼 수 있는 아름답고 진실하게 들릴 수 있는 구절을 담고 있다. 그것은 시대에 걸맞은 산문 스타일을 발전시켰지만 또한 현대의 관용어와 용어에 부합하는 성경적인 영어 글쓰기의 위대한 업적에도 힘입었다.

모비딕 영향력

출판 당시에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멜빌이 일흔 두 살의 나이로 죽기 전까지 모비 딕은 미국에서 고작 3,200부가 팔렸다. 1851년 가을 모비 딕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 소설을 헌정받은 작가 너새니얼 호손과 호손의 아내 소피아 정도를 빼고는 아무도 모비 딕에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허먼 멜빈 사후 20세기 중반, 비평가 루이스 멈포드, 대학교수인 레이먼드 위버, 작가 서머셋 몸의 극찬을 시작으로 멜빌 부흥 운동이 일어나고 재평가를 받게 되면서 현재는 미국 소설의 고전 중 고전이자 명작으로 추앙받으며, 수많은 작가와 철학자, 심지어 대통령에게 영감을 주었다.

멜빌이 죽고 수십 년 후, 1917년 미국 작가 칼 반 도렌은 모비 딕을 미국 낭만주의의 정점이라고 부른 1921년 연구 <아메리칸 소설>에서 멜빌의 가치에 대해 산문화한 최초의 작품이 되었다. 또 레이먼드 위버의 전기 <허먼 멜빌: 뱃사람 그리고 신비주의자>(1921)가 출판될 무렵 영미 문학계에서 멜빌과 모비 딕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가 되었고, 이후 단테나 셰익스피어, 밀턴이나 도스토옙스키와 비교해서 그의 위대성을 논하는 평문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위버는 그가 쓴 평전에서 모비 딕을 “19세기 미국이 낳은 가장 뛰어난 소설적 상상력”이라고 상찬한다. 이후 <모비 딕>은 인간 사유의 깊이와 광활한 상상력의 한 정점을 표상하는 대작으로 세계문학의 판테온에서 빠트릴 수 없는 대작으로 평가되었고, 영국의 소설가 서머셋 몸이 선정한 세계 10대 소설 중 하나, 노벨연구소가 주최한 전세계 작가들이 뽑은 세계 100대 문학작품의 하나#. 영어권 작가들이 뽑은 역대 최고의 책 중 하나#로 뽑히는 등 오늘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The Greatest Books of All Time 현대 영어권 작가들[3]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친 작품 중 하나이다. 수 많은 영어권 작가들에게 영향을 줬으며 특히 토마스 핀천, 코맥 매카시에게 매우 많은 영향을 끼친 책이자 매카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 E. M. 포스터[4], 마거릿 드래블, 브렛 이스턴 엘리스[5],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조이스 캐롤 오츠[], 실비아 플라스 등 당대의 문호들이 좋아하는 책으로 꼽았다. 국내 작가 중에서는 이문열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멜빌의 모비 딕이 영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독보적이다. 소설 한 편 안에 상징주의와 자연주의, 진지한 철학적 탐구와 모험소설의 흥미를 모두 쓸어담은 그의 작품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멜빌만의 가치를 담고 있다. 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투쟁과 파멸을 그린 전율적인 모험소설이자 최고의 해양문학, 미스터리와 공포가 충만한 미국식 고딕소설이자 뛰어난 상징주의 문학 또는 자연주의 문학으로 다양한 각도로 해석되고 평가되는 작품이다. 소설에는 고래와 포경업에 관해 인류가 탐색하고 축적해온 지식들, 우주와 인간에 대한 철학적 명상들로 가득하다.

예컨대, 모리스 블랑쇼는 "상상적인 것과의 만남"에서 다음과 같이, 오디세우스와 에이허브를 비교하면서 평한다.

모비 딕은 출간한지 160년이 지났는데도 주목받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현대적 메시지'를 첫손에 꼽았다. 소설에는 포경선에서의 고된 생활에 대한 묘사가 자세히 나온다. 선원들이 어렵사리 잡은 고래를 처리하고 잠시 숨을 돌리려고 하면 또 다른 고래가 나타나는 패턴이 반복된다. 허먼 멜빌은 이에 대해 "인생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적었다.

모비 딕을 완역한 황유원 시인은 "어떻게 보면 사람의 삶이라는 게 영원히 쉬지 못하고 노력만 하다가 죽는 것인데, 포경선에서의 작업은 인생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는 면에서 현대인도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설은 우리가 속한 사회나 집단을 돌아보게 한다. 신문수 서울대 영어교육과 명예교수는 "멜빌은 다양한 인종의 선원들이 배 안에서 힘을 합쳐 고래를 잡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종 차별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다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면은 점점 다문화 사회로 변하는 현시대에 시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양근 문학평론가(부경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소설 속 포경선은 사회의 모형이자 일종의 소우주를 상징"한다. (모비 딕 다시 읽기 중에서) 황 시인이 "포경선은 국가, 리더는 선장, 국민은 선원으로 읽을 수 있다"고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황 시인은 "에이해브 선장은 좋지 않은 지도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여기에 동조하거나 반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집단의 전형을 비유적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모비 딕의 또 다른 가치는 사소한 것을 보편적인 주제로 밀고 나가는 힘에서 나온다. 총 135장으로 구성된 책엔 장마다 '포경 밧줄' '고래 그림' '돛대 꼭대기' '나침반과 바늘' '구명부표' 등 고래와 포경에 대한 세세한 설명이 담겼다. 황 시인은 "멜빌이 작은 소재에서 시작해서 결국에는 인간 보편적인 이야기까지 끌고 가는 것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포경 밧줄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해 밧줄에 얽힌 듯 살아가는 인간에 관해 이야기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모비딕 줄거리

소설은 위의 짧은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꽤 유명한 문장이다. 적어도 19세기 미국 문학 작품 중에선 가장 유명한 문장이다.[] "내 이름은 이스마엘"이라 번역하기도 하지만, 본명이 따로 있는 화자가 이스마엘이라는 가명을 쓴 것이므로 '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로 번역하는 쪽이 옳다. 번역판에 따라 "나를 이스마엘이라 불러다오," "나는 이스마엘. 그렇게만 불러다오," 나를 이슈미얼이라 불러달라," 또는 "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 해두자."라고 번역한 것도 있다. 80년대 축약판 아동문고에서는 "내 이름은 알 거 없고 그냥 이스마엘이라고 불러줬으면 한다..."라고 나오기도 했다.

기독교권에서 이스마엘이라는 이름은 추방자, 쫓겨난 자를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이스마엘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아들로 아브라함과 그 아내 사래와의 사이에서 오랫동안 자식이 태어나지 않자 사래가 여종 하갈을 첩으로 들이라고 권했고, 하갈은 아들 이스마엘을 낳았다. 그 후 사래가 천사의 계시를 받아서 이름을 사라로 고치고 아들 이사악을 낳았고, 자기 아들 이사악의 자리가 위협당한다고 생각한 사라는 하갈과 이스마엘을 쫓아냈다. 사막을 헤매는 모자의 울부짖음을 듣고 가엾게 여긴 하느님은 하갈의 눈을 밝혀 샘을 찾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이사악의 자손인 유대인과 이스마엘의 자손인 아랍인은 대대로 사이가 나쁘게 되었다는 것이 유대 쪽에서의 신화적 기원이다.

비극적인 서사시 <모비 딕>은 소설의 화자 이스마엘이 포경선에 올라 이 항해의 목적을 알게 되기까지를 그린 부분, 대서양에서 희망봉을 돌아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항해 부분, 마지막으로 모비 딕과의 결투와 ‘피쿼드’호의 침몰을 그린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이 이야기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 것은 에이허브가 아닌 화자 ‘이스마엘’이다. 그는 에이허브 선장이 이끄는 포경선 ‘피쿼드’호에 승선하여 흰 고래 ‘모비 딕’을 쫓는 항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다. 엄혹한 삶의 현실을 밑바닥까지 체험한 이스마엘은 침착하고 냉정하고 분석적인 태도로 우리에게 세상이라는 가면 너머의 진실을 보여주며(그는 멜빌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파멸을 향해 내달린 ‘피쿼드’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 되어 동료의 죽음을 대가로 얻은 삶의 비밀을 세상에 전한다.

이스마엘의 눈에 비친 선장 에이허브는 불가지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고 또 직접 자신이 알아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존재였다. 자신의 다리를 앗아간 모비 딕에 대한 복수의 일념에 사로잡혀 판단력이 경도된 에이허브 선장은 이스마엘을 비롯한 선원 모두에게 ‘모비 딕’보다 더한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선장의 분노는 우주 질서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를 가로막았으며, 결국은 파멸을 초래한다.

태평양에서 펼쳐진 3일간의 대격투. 이스마엘은 바다와 함께 에이허브와 모비 딕의 대결을 지켜본다. 거기에는 삶의 한가운데로 쳐들어와 만사를 부질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싸늘한 침묵(죽음), 그리고 어떠한 기록도 허락지 않는 바다의 관용 또는 무자비함이 있을 뿐이었다. 바다는 한순간에 ‘피쿼드’호를, 선장의 불같은 원한과 집착을 거대한 동심원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당겨 흔적도 없이 삼켜버린다.

작품은 과거 모비 딕에게 당해 한쪽 다리를 잃어 고래 뼈 의족으로 대체하고 고래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는 선장 에이허브[]가 포경선 피쿼드 호를 이끌고 모비딕을 뒤쫓는 내용. 거대한 흰 고래 모비 딕과 에이허브 선장의 대립구도가[] 갖추어져 있다. 마지막 싸움에서 에이허브 선장은 모비 딕에게 던진 작살의 밧줄이 목에 감기는 바람에 끌려가고, 성난 모비 딕은 피쿼드 호를 들이받아 박살내며, 화자이자 주인공 이스마엘을 제외한 전원이 전멸하고 이스마엘은 레이첼 호라는 배에게 구조 되는 것으로 끝난다.

배리모어가 주연한 영화에서는 고래가 죽지만 이후 영화판은 모두 원작에 따랐다. 원작은 에이허브 선장이 작살 밧줄에 묶여 끌려가고 모비 딕이 피쿼드 호를 들이받아 박살낸 후 퀴퀘그의 관을 타고 표류하던 이스마엘이 다른 배에 구조되는 것으로 끝난다. 모비 딕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불명. 여담으로 마지막에 이스마엘은 퀴퀘그의 관에 매달려 간신히 살아나는데, 이 관은 항해 도중 열병에 걸렸던 퀴퀘그가 죽을 때 사용하려던 관이었으나 의지의 힘으로 퀴퀘그가 살아나면서 더이상 관이 아니게 되었다. 소설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장치로 보면 된다.

모비딕 그외정보들

21세기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소설 속의 유색 인종에 대한 몇몇 과장된 묘사가 은근히 거슬릴 수도 있는데, 페달라를 비롯한 에이허브 보트의 동양계 선원들에 대한 묘사가 특히 그런 편이다. 19세기 서구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대자연과 동물에 가까운 원시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고귀한(?) 야만인에 대한 신비적 환상, 오리엔탈리즘에 가까운 동양 묘사도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퀴퀘그(피지 원주민), 테슈테고(인디언), 다구(아프리카 흑인)를 비롯한 유색 인종들을 높은 비중으로 다루며, 퀴퀘그는 아예 주인공의 절친으로 설정했다는 것을 들어, 많은 독자들은 모비딕을 가리켜 당시대에 비해 진보적인 생각을 담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한다. 원작이 출판된 시기가 남북전쟁보다도 한참 이전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특히 그렇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퀴퀘그를 처음에 이스마엘이 사람잡아먹지 않겠죠? 라고 하다가 그랑 같은 방을 쓰게 되던 여관주인 피터 코핀(이 이름도 상징적인데 코핀은 관이기 때문이다. Coffin란 이름이 쓰여진 간판을 보고 불길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냥 머물 곳이 없던 이스마엘이 머물게 된다.)은 그러지 않지만 부족의 버릇인 두개골을 장식품으로 파는 게 있다, 뭐 오래전에 죽인 적의 두개골이니 걱정할 거 없다고 말한다. 이스마엘은 처음에 퀴퀘그를 무서워하지만 친하게 되면서 그도 사람이구나 마음을 열고 서로 친해지게 된다. 그리고 퀴퀘그를 식인종이라고 비웃던 항만 노동자가 되려 사고를 당하자 퀴퀘그에게 구조를 받아 살게되는데 이스마엘이 '넌 식인종이라고 함부로 비웃던 사람 아니었음 죽었어'라고 비아냥거린다. 그리고 멜빌이 쓴 오무라든지 다른 소설에서는 '오세아니아 섬 사람들은 적어도 행복하고 그들에게 자유가 있었으나 기독교 선교를 빙자하여 쳐들어온 백인들이 오면서 그들은 모든 게 지옥이 되었습니다'라고 당시 기독교 서구권 선교를 맹렬하게 깠던 바 있다. 모비 딕이 간단한 모험담에서 이토록 장황한 투쟁기로 바뀐 이유는 멜빌이 나다니엘 호손을 만난 후 개심해서였다.


작품 역시 영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긴 하였지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런던의 영국도서관에서는 모비 딕이 19세기 미국소설이 아닌 고래학 서가에 꽂혀있었다. 그것이 일견 이해도 되는 것이 이 소설을 채우고 있는 내용의 대부분이 포경관련 르포르타주이다. 고래잡이 이야기라고 스펙타클을 기대하고 읽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서사 전개를 위한 필수적인 장면들은 정작 많지 않다. 오늘날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학습만화들이 도서관에서 문학이 아닌 전문분야로 분류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어찌보면 학습만화의 선구자격인 느낌인 셈이다.


그러한 점들 때문에 소설 안에는 오늘날에 이르러 밝혀진 고래에 대한 사실들과는 괴리가 있는 서술들도 꽤 많이 포함되어 있다. 포경업이 발달하기 시작하여 고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즉 고래학이 따로 만들어질 정도였던 것은 사실이나, 이때의 고래학은 고래를 눈으로 관찰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비 딕은 소설이지 과학도서가 아니므로, 이것은 결점이 될 수 없다. 고래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를 원한다면 그 사람은 애초부터 다른 책을 골랐어야 한다. 더불어 당시 시대상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었기에 그 시대상에서는 고래에 대한 정보가 틀렸던 건 아니었다. 이 소설에서 과학적으로 오류라고 할 만한 부분은 고래를 포유류가 아니라 어류라고 주장했다는 점인데, 그것도 당시 이미 발표된 카를 폰 린네의 동물 분류법에서 몇 가지 이유를 들어 고래를 포유류로 분류한 것을 언급하면서도, 작가 멜빌은 이를 부정하고 고래는 그래도 어류라고 주장하였다. 작중 '다른 바다포유류인 듀공. 매너티 따위와 고귀한 고래가 같은 포유류 일 리가 없다' 라는 우기기가 등장 한다. 당시는 아직 린네의 학설이 정설로 자리 잡지 못했던 시대였기 때문에, 포경선에서 일해본 경험 덕에 나름대로 고래 전문가였던 멜빌은 무척 진지한 어조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서, 오늘날 고래가 명실상부 포유류에 속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가 그러한 멜빌의 주장을 읽다보면 이 부분에서 폭소가 터질 수도 있는데, 아직 생물학의 수준이 낮아 따라서 고래에 대하여 얕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작품이니 그러려니하며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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