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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에 대해알아보자

뤼케 2020. 10. 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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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는 것

"If a bullet should enter my brain, let it destroy every closet door."
만약 내 머리에 총알이 들어 오거든, 그걸로 모든 벽장 문[1]을 박살 내 주시오.
─ 하비 밀크[2]
리플레이? 인생에 리플레이 따위는 없어.
─ 웹게임 커밍아웃 시뮬레이터 2014

 

말 그대로 성소수자가 자신의 틀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행위. 자신의 지향성이나 사상을 밝혀낸다는 의미지만, 대부분의 경우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타인이나 사회에 밝히는 것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유래는 Coming out of the closet(벽장 속에서 나오다). '말만 안 했다 뿐이지 남들은 다 아는 상황'을 '유리 벽장(Glass Closet)'이라고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억압하지 않고 바깥에 드러내보임으로써 위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은 커밍아웃의 중요한 동기 중 하나다. 물론 커밍아웃을 한다고 해서 모든 억압이 철폐되는 것은 아니다. 뉴욕대 법학 교수인 요시노 겐지(2017)는 기존 사회에 동화될 것을 요구하는 '커버링'의 개념으로써 교묘한 형태의 억압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커버링을 감안하고서라도 커밍아웃이 성소수자에게 비교적 존재의 자유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는 대단히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커밍아웃은 상대가 거절할 경우에 대단히 폭력적인 형태로 되돌아올 수 있다. 특히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하거나 학교 또는 군대같이 폐쇄적인 사회에서 커밍아웃을 할 경우, 심한 차별이나 혐오를 겪을 수 있다. 대한민국 국군에서는 커밍아웃을 했다가 인격모독, 성추행, 구타 등의 상상할 수 있는 가혹행위는 물론 게이 포르노 촬영 요구(...)까지 당한 사례도 있다.[3] 특히, 최근에야 겨우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커밍아웃을 질겁하며 '립싱크도 안 된다'고 냉엄하게 자르는 분위기가 있어 왔다.

 

커밍아웃의 동기

커밍아웃의 동기는 개개인마다 매우 다를 수 있다. 심리적으로 답답하거나 사회적인 고립을 느끼는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성애자들은 편하게 나눌수 있는 연애나 가족 이야기를 마음 편히 할 수 없는 등 말이다[4]. 이렇게 성소수자는 성장하면서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며 시스젠더 이성애자에 비해 극단적 우울감, 불안 증세를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때 가족이나 친구, 지인으로부터 정체성에 대한 동의를 얻고 사회적 지지를 얻는 것은, 성소수자의 긍정적인 자기인식 재고와 우울도 감소 등 성소수자의 행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항상 끊임없이 무의식적인 커밍아웃을 하며 살아간다.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이상형에 대한 대화, 연애나 결혼에 대한 화제, 남자(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냐는 말 등, 이성애자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늘 커밍아웃을 전제로 이야기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성소수자의 커밍아웃은 대단히 의식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커밍아웃이 성공적으로 성사된다면 관계를 다시 정리하고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새로운 관계를 쌓아갈 수 있다는 점도 커밍아웃의 큰 기쁨이다. 오래 볼 사이일 때 커밍아웃을 하는 것은 서로의 관계를 두텁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물론 정서적/감정적 동기만이 다는 아니다. 오히려 대단히 현실적인 고민이 동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동성애자의 경우를 보자. 만약 결혼이나 동거를 하고 있었는데 배우자나 본인이 급작스럽게 질병이 생기거나 사망한다면 어떻게 될까? 배우자는 말그대로 '남남'이 된다. 오랜 기간을 함께 한 사람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시한부 인생을 맞았는데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못 했고 심지어 소개도 없었다면, 임종의 순간에는 사회적 관습상 배우자와 그 가족만이 남게 되므로 임종을 함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족끼리 장례에 참여하고 싶다는 까닭으로 장례에조차 초대받지 못하거나, 함께 살았지만 재산이나 유품 정리에 있어서 일체의 권리도 없는 등 동성커플은 현행 제도 하에서 대단히 불리한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적인 까닭으로 가족이나 형제에게 커밍아웃을 고려하는 사람도 많다.

 

역사

미국에서는 Don't Ask, Don't Tell, 이름하야 DADT라는 문구가 있었다. 군대 내에서의 불문율 같은 것으로, 물어보지 않을테니 스스로 커밍아웃할 필요도 없다는 말로 군대에서 성소수자들이 스스로 커밍아웃만 안 하면 이성애자 군인들도 성 소수자들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성소수자들을 학대하는 것이 아니여서 실제로도 의도는 좋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상은 의도만 좋았지 엄청난 차별 문구다. '니가 성소수자건 아니건 티만 내지 마'라는 것인데, 반대로 이성애자인 건 티를 내지 말라는 말이 없다! 즉, 당연히 모두가 이성애자로서(혹은 이성애자인 척) 하고 지내야하며, 동성애인이 있어도 말하지 말고 이성에게 흥미가 없어도 있는 척 하고 지내라는 소리. 군대 역시도 사람들이 부대끼며 활동하는 한 사회인 것을 생각하면, 사석에서도 그런 언급조차 있어선 안된다는 건 인권침해다. 또한 달리 말하면 커밍아웃 하는 순간 불이익 역시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는 말도 된다. 이것은 미군에서 제일 유명한 문구였으며, 실제 군형법과 맞먹었다. 이걸 어기면 가혹행위나 차별을 견뎌야 해서 많은 강제 전역, 입창 등의 병크가 쏟아졌고, 성소수자들에게 욕을 배불리 먹은 끝에 2011년부터 DADT는 폐지되었다. 이후 몇년이 지나 게이 관료 에릭 패닝(Eric Fanning)이 미합중국 육군의 수장인 육군청장[5]에 오르며 DADT는 정말로 흑역사화.

개방적이라는 미국도 사람마다 성소수자를 보는 시선이 다르니 조심해야 한다. 그 예로 '자식이 커밍아웃 했을 때 부모가 해선 안 되는 행동'이라는 유튜브 비디오가 있다.# 안타깝게도 한글 자막은 없지만 소리만 들어도 대략 무슨 상황인지는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자신이 성소수자라면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보는 걸 추천한다.[6]

역사적으로 연예계가 커밍아웃이 가장 빨리 일어났고[7] 숫자도 많은편이다.[8] 그러나 호모포비아 성향이 강한 남성 스포츠계는 여전히 커밍아웃 사례가 손에 꼽으며 덜 유명한 선수들 위주로 커밍아웃이 나오고 유명 스포츠 스타들은 커밍아웃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군대보다 보수적이라는 말도 나올정도. 그나마 럭비계가 개방적이라 커밍아웃 선수들이 많고 공식적으로 성소수자 차별도 반대한다. 하지만 여성 스포츠는 정반대로 당장 최고의 여성 축구 스타 메건 라피노부터 성소수자다. 올리비에 지루와 토니 크로스는 여전히 커밍아웃 하기엔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출했고 트로이 디니는 팀마다 최소 한 명씩 성소수자가 있으며 한 명이 총대를 매면 저절로 커밍아웃하는 선수들이 생길거라 발언했다. 디니의 발언 이후 조금씩 커밍아웃이 될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은퇴한 토마스 비티가 커밍아웃하며 30년만에 다시 EPL에서 커밍아웃이 나왔고 한 익명의 선수가 커밍아웃을 고려중이며 또 다른 익명의 선수는 게이라고 밝히며 커밍아웃하지 않는 삶이 악몽이다며 더 선에 투고를 했다.

 

후유증

잘못된 행동은 아니지만, 커밍아웃의 후유증 때문에 이를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다. 혹시 커밍아웃을 할 생각이 있어 이 항목을 찾아본 성소수자라면 자신의 상황을 잘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커밍아웃을 할 대상은 '얼마나 친한가' 혹은 '오랜 기간 알고 지냈다' 같은 주관적인 요소로 결정하지 말고 얼마나 지성적이고 입이 무거우며, 성소수자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냐, 종교가 무엇이냐, 교육 수준이 어느 정도냐 등으로 결정해야 한다. 가족한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커밍아웃 했다간 큰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 어디까지나 신중해야 한다.

커밍아웃이 대개 실패로 끝나는 원인 중 하나는 그것이 '일방적 통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밍아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되어야 한다. 불쑥 나타나서 "나는 성소수자예요"라고 밝힌다면 평소에 그런 화제에 대해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예를 들어 파트너를 가족에게 친구로 소개했는데, 부모님이 '아유, (파트너)가 참한 게 우리 애랑 결혼해도 되겠어.' 같은 농담성 말을 듣고 '생각보다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커밍아웃하는 경우도 있는데, 위험한 생각이다. 어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만약 친구가 자신과 스킨십이 잦고, 사랑한다는 등 애교어린 말을 자주 한다고 해서 성소수자에 친화적이며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9] 이처럼 '우연한' 상황/대화는 커밍아웃의 '과정'이 되지는 못한다. 자신도 많은 숙고와 예행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상대에게도 익숙해질 수 있도록 책을 권하거나 관련된 대화를 나눠보는 등 '일방적인 통보'로 비춰지지 않도록 사려깊은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가족에게 커밍아웃 하는 것은 오히려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숙특히 경제적 자립이 갖춰진 상황에서 하는 것이 좋은데, 오히려 생판 남남인 경우에는 안 보면 그만이지만 가족 관계는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현명하게 처사하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커밍아웃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커밍아웃 가이드북을 무료 공개하고 있으니 커밍아웃을 할 생각이 있다면 먼저 참고해보는 것이 좋다. 웹사이트 연결이 몇 개 빼고 안된다 사이트에서 정체성을(?) 한편으로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지은 커밍아웃 스토리라는 책도 있는데, 이 책은 자식이나 가족 중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사람이 있는 비성소수자 가족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입이 무거운가'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상대가 아무리 성 소수자에 대해 친화적이고 나를 받아들여줄만한 사람으로 보인다고 해도 그 사람이 어디가서 얘기를 하고 다닐지 말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실제로 커밍아웃을 했더니 당시 반응은 좋았지만 입이 너무 가벼운 탓에 동네방네 다 떠들고 다녀서 아웃팅 당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타인의 비밀은 지켜줘야 한다는 기본 상식이 결여된 사람은 은근히 많다.

 

인터넷 유행어

성적 특성에 관계없이 자신의 성향이나 정체,중요한 요소를 드러내는 것 자체를 X밍아웃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유래는 1이지만 'X밍아웃'이라고만 쓰고 'XX 커밍아웃'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이 경우는 미닝아웃에 가깝다.

오타쿠임을 드러내는 것을 덕밍아웃이라고 하며 일베저장소 회원이 자신의 소속을 드러내는 행위를 일밍아웃이라고 하는 등 여러 사례로 번졌다. 성형을 한 것을 드러내는 성밍아웃도 있다.

특정 국가의 비주류 종교 신자들의 경우 오랫동안 자신들이 해당 종교의 신자임을 숨기다가 훗날 그 사실을 고백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그 비주류 종교가 해당 국가에서 외세의 침략에 의해 전파된 외세의 주류 종교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리스의 이슬람교 수니파 신자들(오스만 제국), 폴란드[10]의 정교회 신자들(러시아 제국)[11]이 그 사례다.

아우팅의 경우도 비슷하게 'X웃팅'의 형태로 사용되기도 한다.

일부 성소수자들이 이를 성소수자 용어를 뺏어가는 행태로 여기며 탐탁치 않게 여기곤 하지만, 사실 come out이란 말은 자신이 숨기던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숙어'로 인식될만큼 자주 쓰이는 영어 표현이므로 이러한 X밍아웃이란 말이 아주 말도 안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소수자들끼리의 대화에 참여할 때는 반드시 X밍아웃이라는 말은 적당히 눈치를 보며 쓸 것을 권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미닝아웃 이라는 용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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